미국 가계의 체감 경기 4년 만에 최악, 뉴욕 연준 설문이 던진 경고음
숫자 하나가 헤드라인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한다
지금 미국 가계의 분위기는 얼마나 가라앉아 있을까. 1년 전보다 살림살이가 "훨씬 더 나빠졌다"고 답한 가구 비중이 13.3%까지 치솟았다. 4년 가까운 기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월요일 공개한 6월 소비자기대 설문(Survey of Consumer Expectations)에서 뽑아낸 이 한 줄이, 어떤 물가 지표보다 더 날카롭게 현실을 비춘다.
흥미로운 건 설문 안에 담긴 엇갈림이다. 물가 기대치는 놀라울 만큼 잔잔했다. 그런데 체감 심리는 그렇지 않았다. "훨씬 나빠졌다"는 응답은 4월 대비 약 2.7%포인트 뛰었고, 이는 2022년 7월 이후 가장 부진한 기록이다.
여기에 "다소 나빠졌다"는 응답까지 합치면 1년 전보다 형편이 나빠졌다고 느끼는 가구는 전체의 43.7%에 달한다. 2023년 1월 이후 이 설문이 잡아낸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장 데이터가 보여주듯,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향후 12개월을 내다볼 때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36%,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 비율은 고작 22.9%에 그쳤다. 낙관론과 비관론의 격차는 2022년 10월 이후 가장 약해졌다.
물가 불안은 의외로 차분했다
잠시 멈춰 짚어볼 대목이 있다. 이란발 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들썩이는 상황이라면 인플레이션 불안이 솟구쳐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단 0.1%포인트 오른 3.5%에 머물렀고, 3년·5년 전망은 각각 3.1%와 3%로 제자리였다.
일부 연준 인사들은 전쟁이 길어지면 높은 물가 기대가 가계와 기업의 사고에 뿌리내려, 일시적 공급 충격이 더 끈질긴 무언가로 굳어질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적어도 지금까지 소비자들은 이 지점에서 흔들리지 않고 있다.
세부 항목은 엇갈렸다. 휘발유 기대치는 오히려 0.1%포인트 내린 5%였다. 반면 식료품은 0.6%포인트 오른 5.8%, 임대료는 무려 1.4%포인트 뛴 7.4%를 기록했다. 가계는 향후 1년간 예상 지출 증가율도 4월보다 0.4%포인트 낮춰 5%로 잡았다. 지갑이 닫히고 있다는 조용한 신호다.
이번 주를 흔들 두 가지 변수
타이밍이 중요하다. 다음 공식 물가 지표는 수요일 발표되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시장 조사에 참여한 이코노미스트들은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4.2%,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이 2.9%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 둘 다 연준의 2% 목표를 한참 웃돈다.
그리고 본 무대가 이어진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6월 17일 금리 결정을 내놓는다. 트레이딩 데스크의 관측을 보면,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논의의 무게추는 완전히 옮겨갔고, 연내 0.25%포인트 인상 쪽으로 기우는 베팅이 늘고 있다.
행간을 읽는 트레이더의 시각
가계가 더 가난해졌다고 느끼는데 물가 기대는 단단히 고정돼 있다면, 이 조합은 순수한 물가 문제라기보다 신뢰의 문제를 가리킨다. 예상 지출 증가율의 둔화가 바로 그 단서다. 소비 수요가 식으면 결국 소매판매와 경기 소비재 기업 실적, 성장률 전망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여러 시장이 그 사정권 안에 직접 놓여 있다.
- 미국 달러(DXY): 인상 기대가 굳어지면 지지력을 받을 수 있다.
- 미 국채 금리: CPI가 예상보다 뜨겁게 나오면 상방 압력을 받는다.
- 금(Gold): 전쟁 헤드라인발 안전자산 수요와 실질금리 상승의 부담 사이에서 줄다리기에 갇혀 있다.
- 주가지수: 특히 소비 관련 종목은 지출 의향이 계속 냉각되면 취약해 보인다.
그렇다면 트레이더는 무엇을 봐야 할까. 당장의 방아쇠는 수요일 CPI다. 이번 설문에서 드러난 임대료 강세는 오랫동안 연준을 괴롭혀온 끈적한 주거비를 암시한다. 6월 17일 결정과 함께 나올 가이던스의 톤은 하반기 위험 선호도의 판을 짤 것이다. 소비자가 몸을 사릴 때, 시장이 폭주하듯 상승하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